어제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인 지임이와, 초, 중학교 동창인 인라가 대화를 걸어주었다
그냥 말 걸어주는 것 만으로도 반가웠고 기쁘고.


최근 연말이라 그런지- 라기 보단
줄곧 연말에 한국 돌아가겠다고 얘기해 온 탓에,
언제 한국 오냐는, 오면 보자며 친구들에게 연락 받는 일이 많아졌다
정작 나는 못 가는데...


한국에서 날 그리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기쁘다
정말.. 그리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난 여기서 혼자서 버텨야 한다는 사실에 가끔 가슴이 아린다


최근, 원서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한국 가기 싫으니까. 일을 해도 여기서 하고 싶으니까.
여기가 할 일도 많고, 시장 크기 자체가 비교가 안 되는 걸.
여기서 경력 쌓고 싶고, 여기 계속 있고 싶고...
사실 정해져 있긴 하다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 건.
정 하다 취직이 힘들어지면 그 때 돌아가기로 한 거니까.

근데-
취직 했다 쳐. 그럼 여기서 몇 년 더 살겠지.
그리고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아마 여기서 좋은 사람 만나서 계속 있을 가능성이 더 커지겠고.
그게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의 내 앞날인데.

난 그럼-
평생 이렇게... 내 친구들을 그리워 하면서, 보고 싶어도 못 보고,
한 글자의 휴대폰 문자도 주고 받지 못 하는, 의지할 거라곤 이 곳에서 사귄 사람들 뿐인...
내 10년 친구들은.. 어디다 두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해보니 끔찍함이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친구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각자 살기 바빠서 1년에 한 두번도 만나기 힘든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한 하늘 아래 함께 하며, 쉽게 안부 주고 받고...
근데 이것 조차도 불가능하니...

누군가 함께 하고 싶을 때 누군가 불러낼 상대도 없으며,
그 옛날 처럼 서로 고민을 주고 받으며 몸에서 에너지가 쫙 빠져나갈 때 까지 수다 떨 일도 없고.
이 몸의 반 가까이를 채우고 있는 공허함을...
연인이 생기고, 가족이 생긴다고 해서..
이 공허함이 100% 채워질 수 있을까-
아마.. 평생 갈 거다 난 평생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이 씁쓸한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게..
평생을 제 멋대로 살아온, 그리고 내 멋대로 모두를 두고 떠나온 내가,
평생 지고 가야할 업보인 것이다...


물론 이 곳에서 사귄 사람들과도 잘 지낸다
만날 밉다 밉다 해도 맘 속의 이야기도 조금은 꺼낼 수 있는 놈도 있고.(일단 들어주니까)
아닌 것 같으면서도 언제나 챙겨주고 신경써주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채워지진 않아




안양천의 벤치가, 여의도 공원이, 안양외고의 스탠드가...
그저 앉아서 공허히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던 그 곳들...
어디에서든 내 맞은 편에 앉아있는 너희들의 모습이...
지금이라도 야! 류! 있잖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만 같아.



왜 그 시절 매일 있었던 정말 평범한 일상들이
지금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 되어버린 걸까...



이렇게 갑갑할 땐-
밤 12시에도 "엄마 나 산책 다녀올게"하고
자전거 끌고 나가 안양천을 가볍게 달리곤 했다
걍 방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봐도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거실 바닥에 뒹굴면서 tv를 봐도 좋고-
엄마 배를 베개삼아 베고 누워 있는 것도 좋아했고...


안되겠다 걍 자야겠다.

Posted by mos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