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지 벌써 다음 주로 1달이 다 되어간다
3주 동안 머리도 혼란스럽고 마음도 싱숭생숭하다
어제 보러 온 집이 저번에 보러 왔던 집이라는 것에,
집이 팔릴 가능성이 갑자기 화아아아아악 높아지고,
나는 조금 혼란스럽다.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사실 한국 생활을 이 시점에서 끝내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화실일 것이다
이제 막 진채화를 시작하고, 작품 하나가 완성되어가고, 두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당장 남은 시간이 두 달 뿐이라고 생각하면,
조급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 아직은 아닌데.. 아직은 화실 다니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커진다
그렇다고 해서 화실을 다니기 위해 이사간 곳을 기점으로 다시 일을 구하고 6개월 가량 일하고 나가는 것은,
구직 스트레스도 있고, 이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언어도 금전적인 면도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난다
사실 이번엔 내 의지<있을 곳이 없어 나감- 인 점도 있어,
드디어 외국에 나가서 산다는 마음에 마냥 신나기만 했던 7년 전의 일본 워킹 때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사실 이사에 대해...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든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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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능성이 존재하니, 각 가능성들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보았다
이건 8월 초 경에 세운 계획이다 지금은 갑자기 1이 유력해졌다
1. 만약 올해 안으로 집이 나간다면ㅡ
나는 집 나가는 게 결정된 날+1달 일하고
그 1달 동안 호주로 갈 준비를 하고 바로 호주로 출국.
2. 내년 초에 집이 나간다면ㅡ
이사갈 때까지 일 하고,
이사 간 이후 2주~1달 동안은 이사짐 정리 하고,
사람들 만나며 인사하고 바로 대만으로 출국.
3. 결국 이사를 가지 않는다면ㅡ
내년 5월 말~6월 초까지 빵팔이 하고
바로 6월 중순에 대만 출국.
처음엔 늦어도 10월 초까지만 일하자- 했지만 금전적인 거 생각하면 10월 말까지는 일하고 싶다
10월 말까지 일하고 싶다-라고 해도 결국 사람 구해지는대로-아마 10월 초중순 쯤에 빠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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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에 가장 언짢은 점은,
내 인생인데 3개월 앞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내일 새로운 신입과 함께 하는지 안 하는지 조차도 모르는데 3개월 후의 일을 내가 무슨 수로 알겠는가.
근데 2011년 5월 말에만 해도 내가 3개월 후에 한국에 돌아가있을 거란 건 생각지도 못했다
어.. 이렇게 생각하니까 이 상황이 조금은 받아들여진다
... 그때랑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넘기려니 머리가 지끈해진다
사실 그때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괴로움'이라는 단어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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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고 싶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
나는 다시 내 삶에 활력을 넣고 싶다
안정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 속이 아닌,
모혐을 감수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에게 에너지를 받으며, 나도 함께 빛을 발하고 싶다
한국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면에 많은 괴리감을 느낀다
나는 서울은 재미가 없다
다들 사는 건 치열한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건강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보이고 들린다
능동적인 움직임보다는 수동적인 움직임의 사회이다
나는 갑갑함을 많이 느낀다
나는 재밌는 사람들이 만드는 명랑한 사회가 그립다
비록 그런 사람들이 지극히 일부라 하더라도 내 주변엔 그런 사람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나는 도무지 이곳에 정이 붙지 않는다
정을 붙이려고도, 정을 주려고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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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내가 대학 졸업을 위해 20대를 팔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약간의 쪽팔림?과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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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려움은 아무래도 이제는 1주일의 주기를 갖고 찾아오는 것 같다
두려움의 특정한 대상은 없는데 그냥... 마냥 보이지 않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인 듯 하다
마음의 먹구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