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a. 2009. 5. 19. 20:23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쓰는 포스팅.


사실 이삿짐 챙겨야 할 것이 산만큼 있지만,
가끔 살려 유용히 쓰는 나의 '심야알바'경험을 이번에 좀 살려볼까 해서,
내일 잘 시간 많으니까 오늘 안 자고 학교 가서 내일 이사하고 잘까 한다
목요일도 수업 10시 45분이니까.



오늘 방향이 같은 반 친구와 함께 돌아오고,
돌아와 네이버 블로그의 모 이웃님의 포스팅을 보고 나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뭔가 지금 꼭 써야할 것 같아, 이삿짐 정리해야하는 이 상황에 굴하지 않고, 나의 잠을 포기했다
(사실 오늘 학교에서 너무 피곤해서 공강시간에 잤다.. 20분 밖에 자지 못 해 지금도 졸리다)





내 나이 만 스물 넷.

오늘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해 학교에 들어온 열여덟 일본인 친구가 물었다
"류는 언제부터 그렇게 제대로 하고 있는しっかりしている거야?"
"응? 뭐가?"
"뭔가... 류는 언제나 뭐든 제대로 정신 차리고 있는 거 같아서. 오늘 집 이야기도 그렇고-"
(지방에서 올라온 이 친구는, 계약한 집이 처음부터 방충망에 구멍이 뚫려있었단다
그래서 '관리회사에 말하면 이렇게 저렇게 해 줄거다'라고 했을 뿐)


"그거야 경험이 있고, 많이 조사해서 정보 알아봤으니까."
"응 그런 부분이. 난 내가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아마 나이 때문이겠지? 하루카는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해서 막 입학한 거잖아.
난 아닌걸. 혼자 살아본 적도 없는 18살짜리가 관리회사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게 더 이상한 거지"


18살의 하루카는 뭔가 제대로 하고 있는 내가 부러운 모양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18살의 하루카가 18살의 나보다 더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떤 18, 19살을 보냈는지, 결국 난 만 스무살이 되면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었다
딱히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만 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게 없어(져)서 그만 두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난 나이를 먹는 게 싫지 않다
물론 나이 듦에 따라 피부도 쳐지고, '늙어간다'라는 게 이제는 정말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뭐라해야하나... 지금의 나는 대학을 그저 왔다 갔다만 하던 18살 19살때 와는 전혀 다르다
생각하고, 행동하고(게으른 건 여전하다), 등등...

누구나 그렇지만,
고등학교 시절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이 졸업하면서 생각의 방식이 바뀌며,
또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절 그렇게 다르게 보였던 것들이, 점점 나이 듦에 따라 또 다르게 생각되곤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그 나이대'에 '그 때'이기 때문에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분명 같은 것도 1년 후, 3년 후, 5년 후, 10년 후, 그리고 할머니가 되었을 때 다시 생각해보면
분명 다른 시각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나이 먹는 것이 기대되고,
30대가 되어있을, 40대가 되어있을, 할머니가 되어있을 내가 궁금하다
그렇다고 빨리 나이가 들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이 먹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마 나이에 비해 너무 미숙했던 20세 전후의 시절들 때문일 것이다)


살면서 수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수 많은 형태로 헤어질테고,
셀 수도 없는 많은 일들을 겪으며 나는 변해가겠지

근데 그게 인생인 것 같다


그래서 18세의 하루카는 지금 아직은 미숙한 상태로 좋다고 생각한다
18살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들, 어른도 아이도 아닌 딱 그 시기를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생각과, 행동들을 해보며,
그리고 나이를 들면서 자신의 성장과정을 느껴가는 거다


물론, '어른스럽다'라는 것도 좋다
일 하고 있는 가게의 고딩 3명. 셋 다 친구이지만 셋 다 너무 다르다
한 명은 상당히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우며,
한 명은 이게 초딩인지 중딩인지 고딩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상당히 어리고,
한 명은 그냥 보통의 고등학생이다

난 각자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모두 그들 '자신'이고, 그렇게 성장해가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니까.




그리고 여지껏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열 여덟의 나는 어땠지, 열 아홉의 나는 어땠지..
그리고 학교를 그만두고 백수와 알바생을 번갈아 반복하던 그 이후의 4년의 생활..
낭비인 것 같기만 했던 그 시간 속에서 얻은 경험들...
그리고 다시 학교에 다니며 시작하는 지금의 나.


한국에서 다녔던 영어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20대가 인생 중 가장 방황하는 시기라고.
노력해도 확실하게 보이는 것들은 아무 것도 없고, 앞으로의 자신이 어떻게 될 지,
꿈을 꾸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될 지 갈피도 잡을 수 없는 시기. 심지어 변수도 많다
(사실 이 이야기는 '도대체 너희들은 뭘 믿고 그렇게 콧대가 높은 거냐'에서 나왔던 것 같지만;;)


나는 지금 그런 시간 속에 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던 시간들도, 즐거웠던 시간들도,
이 모든 게 지난 나의 이십사년의 기록들이고,
그것들을 그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더라도 나는 기억하며,

그리고 이 성장통들을 기억하며,
그로 성장해 있을 앞으로의 나를, 나는 어떤 모습일지,
아주 조금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난 참 바보같게도,
지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이 시간 속에서,
난 분명히 행복해 질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씩씩하게 걷고 있다



다시 읽어보니...
이렇게 두서 없는 글이 또 있을 순 없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