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 S2(2011.8-2014.11)/Ep1Seoul(2011-2012)

少しだけ語らせて。

mosa. 2011. 8. 31. 01:26
오늘도 하루 종일 빈둥빈둥 지내며,
라곤 해도 아침에 상열이가 휴가 나와서
낮에 다 같이 밥 먹으러 갔다가
은행가서 계좌도 만들고-

그리고 집에서 정말 빈둥 거리는데 한 7시 쯤 되었으려나? 해서 보니
아직 5시도 안 된 거다
그래서 그럼 쌓인 일이나 해야겠네- 해서 종로로 출발했다

옆 커플이 엄청나게 이챠이챠 하는 게(여자는 앉아있고 남자는 서 있고) 너무 짜증나서
내 옆 자리가 비어도 걍 모른체 하고 있었더니 결국 "저기요 좀 옆으로 좀 가주세요"라더라.
여자가 엄청나게 몸을 움직여서 나도 짜증나던 차였다.

그러니까 한쿡에선 눈도 귀도 입도 모두 닫고 살자고...

언제더라, 독일어학원 등록하고 광화문역으로 다시 걸어가는 길에,
오봉펭 앞을 지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8월 27일까지의 나는 거기서 스톱하고,
그리고 새로운 내 인생이 시작된 것이란 걸.
이어지지 않는 완전히 다른 것.
내가 살고 있지만 두 개의 삶.
뭐 어떻게 보면 두 동강 났다는 얘기지만 그런 네거티브한 게 아니라,
정말 새로운 시작.

다만-
고작 3일 전이지만,
내겐 3년 전과 같이 느껴지네...
오히려 있었는 지 없었는 지 조차도 구별되지 않을 법한.
만넨과 밤새워 놀다 쉬어버린 목은 여전히 걸걸하고,
아직도 볼링 5게임의 근육통은 풀리지 않았지만,
그 날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확신만 남기고, 내가 인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라져가려고 한다
일본어도 글로 쓸 순 있지만 지금 당장 말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 말투, 내가 늘 쓰던 말들... 모두 사라져 버린 것 같다
하나씩 지워가는 것, 그렇게 모두 지우는 것.

이게 내 자신이 선택한 내가 안 아프게 견디는 방법인가 보다.
일본에서 지낸 적 없었던 것 처럼.
모두 꿈이었던 것 처럼.
떠나면서 받은 많은 메일들, 메세지 보드, 앨범... 을 보면서,
너무너무너무... 멀게 느껴진다
미안하게 생각될 정도로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공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는
너무 너무... 화가 났다 인정할 수 없었고, 눈물이 났다
너무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가슴을 마구 쳐댔다
비행기 안에서는 정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고, 종일 창 밖을 내다보며 스미다가와하나비대회가 보이기만을 바랐다

근데 그런 아픔들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3일째를 보낸 나는,
무서울 정도로-

아프지 않다.
 

분명 나는 이 생활에 익숙해 질 것이고,
일본에서 했던 수 많은 생각들과 고민들은 이미 리셋 되어 존재하지도 않으며,
당장의 내 고민은 시간표와 용돈이다.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도 없는 새로운 고민들이 내 머릿 속에 한 가득.

언젠간 다시 기억 나 아플 날이 오겠지,
아니, 안 올 것 같다, 기억 못 할 테니까.

일본으로 가면서 한국에서의 기억들은 거의 사라졌고,
그래서 솔직히 누군가에게 들어서 끄집어 내지 않는 한은,
거의 기억 속에 없다
그 위에 쌓아올린 4년, 전과 똑같이, 모래성처럼 한 방에 훅이구나.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돌아와보니 내가 가진 것은 의외로 없었다. 
그 곳에서 덜 외로워할 걸 그랬다.
어차피 여기 와도 외로운 건 똑같았을텐데- 

그런 내가 이 곳에서 그리워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