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 S2(2011.8-2014.11)/Ep2高陽(2012-2014.11)

사진이야기. 写真日和

mosa. 2013. 10. 8. 02:26
오늘 아침엔 압구정 시집에서 조조로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를 보았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처음 봤는데,
보면서 '어떻게 끝날까?'하고 마지막 엔딩씬이 유난히 빨리 보고 싶은 영화였다
중간 중간의 화면의 줌의 의미는 잘 모르겠고,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 화면을 둘로 나누어 왼쪽 오른쪽 양쪽으로 앉아있는 장면들의 반복과
세 남자들의 말이 돌고 도는 것, 선희에 대한 세 명의 생각이 '같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다 보고 든 생각은

'선희 이년 완전 요물이네ㅋㅋ'
 
결국 원하는 건 다 손에 넣는다
길을 가는 구남친을 부르지 않았다면 둘이 다시 만나 구남친의 마음이 다시 끓어오를 일도 없었을테다
어장관리 쩔었다
교수님에게는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속히 말하는 '여우짓',
그리고 아마 진짜 좋아했던 것으로 생각되는 선배 감독과는 키스를.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저렇게(여우) 해야하는데- 내가 곰팅이이니 이모냥이지.. 싶더라

그리고 치과에 가려고 했는데 병원의 여유있는 시간과 나의 시간이 맞지 않아 내일로 미루고,
도서관에 와 책 몇 권을 보았다
도서관에는 평소보다 학생들이 많았고, 중간고사기간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시에 납득이 갔다

오늘 내가 도서관에서 본 책은 사실 책이 아니라 사진집이었다
여러 사진집을 마구 꺼내서 봤는데,
그 중 배병우 작가의 '빛으로 그린 그림'과 한정식 작가의 '북촌-나의 서울'이 인상적이었다
배병우 작가의 사진집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좀 있어 아이폰 메모로 남겼다
조금 수정에서 올려보면, 



비 오는 날엔 비 내리고 흐르는 모습을
눈 오는 날에는 눈이 내리고 쌓이는 모습을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찍으면 되는 구나 반드시 햇볕 쨍한 날만이 사진 찍기 좋은 날인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배병우 작가의 사진집 '빛으로 그린 그림'을 봤다
'자연'파트의 많은 사진들에 바람이 담겨져있다
사진은 이렇게 찍으면 되는구나ㅡ 라고 아주 어렴풋 감이 오는 것 같다

꽃을 찍으려 하는데 바람이 분다면
바람이 멎는 걸 기다리기 보다는
꽃과 바람 모두를 찍고 싶다

손이 흔들린 사진은 실패라고 할 수 있지만
바람이 흔든 사진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 생각된다


조형물과 자연.
인간의 조형물의 배경으로서의 자연인가
자연 속의 인간의 조형물인가.

사진은 아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잎들이 노출 시간에 의해 흔들리게 나왔다
하지만 사실 사진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피사체도 아주 자연스러웠을 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잎사귀에서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그 바람이 나에게까지 불어오는 느낌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무엇 하나 흔들리지 않은 선명한 사진을 얻기 위해 셔터스피드를 가장 짧게 하여
찰나만을 찍으려 하는데, 오히려 그는 반대로 함으로써
멋진 피사체, 자연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 좋은 사진 등 모든 것을 얻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찍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스러움 속에서 나도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ㅇㅋ에 저번 봄에 찍은 꽃사진들을 올렸는데
역시나 대리만족의 유명 관광지나 먹방 음식 사진이 아니면 쳐다도 안 봐주는 것 같다...
어떤지 평가받고 싶었지만 그런 걸 기대하기는 좀 무리인 것 같다
하긴 나도 클릭하고서 댓글 안 다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모두에게도 그런 게시물이었겠지.
그래도 몇 분이 심하게 과한 칭찬을 해주셔서 댓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칭찬에 내 몸이 붕 뜬 기분이다
그래도 수평은 맞췄으면 좋겠다 의도적으로 수평을 어긋나게 찍은 사진이라면 괜찮은데
수평에 신경쓰지 않은 사진들은 일단 보는 순간 눈 밖에 난다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찍은 사진은 이게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부주의와 무신경 때문인지 눈에 보인다

내 기준에선 참 괜찮게 찍혔다고 생각해서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하고 궁금해서 올려보는데,
내가 무언가를 바라보는 관점들이 보통의 통념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종종 게시판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쩔 때에는 아- 아예 다르구나....란 생각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당신들이 못 보는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지나고 생각해보니 나도 분명 못 보는 것이 있을테고, 각자의 시야각이 다를 뿐이지,
내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사각死角을 본다한들 그들 역시 나의 사각을 보고 있을테다
시야와 사고의 각도가 360도인 사람이 존재나 하겠는가. 

봄꽃 사진들은 꽤 마음에 들어서, 월급 받으면 8x10정도로 인화해서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기로 했다
붉은 색이 많이 쓰여서 ㅉㅅ 등의 인터넷 업체에 맡기기는 좀 그렇고 돈 좀 들여서 뽑기로 했다
자아도취는 아니지만, 내가 찍었지만 내 새끼들처럼 참 사랑스럽다
물론 대부분이 핀이 안 맞은 상태로 찍어 포커스가 나가긴 했지만...

게시물은 두 파트였고, 하나는 호수공원 꽃박람회, 하나는 학교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확실히 같은 날 같은 상태에서 찍은 사진들이 좀 더 통일성 있고 안정되어있다
학교에서 다른 날 찍은 사진들은 중구난방이다
사진 안 찍은 지 몇 달 되었는데, 매일 매일 찍어야 그나마 감각이 생기고 아슬아슬하게 유지가 된다는 거,
악기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춤이든 운동이든 뭐든 같은 것 같다 
사실 마구 찍는데 하도 많이 찍어서 얻어걸리는 게 많을 뿐이다
쓸 데 없는 셔터질이 많아 불필요한 셔터질을 줄이고
한 셔터 한 셔터에도 잘 담아보겠다고 필름으로 갈아타긴 했지만 잘 모르겠다
필름은... 비싸다ㅋㅋ 

이번 달은 가을이기도 하니 출사를 나가기로 했다
일단 수요일은 호수공원으로 꽃축제 갈 거고
11월 초에는 단풍이 한창일 창덕궁의 후원,
그리고 중간고사 기간에는 서대문형무소.
서대문형무소는 옛날 옛날 일본 가기 전에 몇 번 가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그리고 눈 오면 고궁투어와 형무소.
졸업논문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아, 또 다른 한 권인 한정식 작가의 '북촌'은(사실 북촌의 한정식 음식집에 관한 사진집인 줄 알았다;)
서대문 근처 북촌 쪽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찍은, 타임머신과 같은 사진집이었다
구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인 사진집이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담고 있는 파리의 낭만이나,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이라는 한국어 타이틀보다는
'측벽/사이드월'이라는 원제가 더 마음에 드는 영화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건조함 처럼
어딘가에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보고 느끼고 있는 그 곳을 담는 사진을 찍고 싶다
물론 남들과의 소통은 불가능할테지만. 
어쩌면 글, 사진, 그림으로 뭔가 결과물을 내보겠다는 나의 욕심 반 희망 반도
많은 사람들에게 소화가 될 때의 이야기겠지.
분명 나는 불통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것만 같다  
그래도 해봐야지.

어디선가 봤는데, 오늘 영화였던가?
끝까지 가는 게 무서워서 끝내지 않는다.... 아마 김상중이 선희에게 했던 말 같다
어쩌면 졸업논문을 이번에 할까 그냥 수료로 끝내고 아무 때나 제출할까- 라는 마음은
여러 현실로부터의 도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결말을 확실히 보는 것이 깔끔하게 새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못된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 동경 여행의 사진들,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4년 동안 정신없이 사느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던 정면의 얼굴을 본 것 같아서.
만약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진득히 찍을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매우 크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