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다음 날.
두 동강이 나서 난리난 페북에 쓰려다가 너무 졸려서 도중에 자버린 메모가 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고, 페북은 그 때만큼 뜨겁지 않다
그리고 나의 해탈과, 관용 역시 저때만큼 넓지 않다

여전히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세뇌교육 세대는 어쩔 수 없다 쳐도 20대의 33%는 이해를 할래도 할 수가 없다
물론 20대에서 100%가 나와야하는 건 아니며,
20대가 모두 진보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20대도 보수일 수 있다.
하지만 70%를 못 넘긴 저 치수는 여지껏 체감하였던 20대의 보수주의자의 비율을 훨씬 뛰어넘는다 
무엇이 보수주의자가 아님에도 여자1호를 선택한 20대의 젊은이들에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무엇이 당신을 여자1호로 선택하게 만들었냐고.

나츠미가 이 날 저녁에 카톡을 보내왔다 어지간히 궁금했나보다
내게 ㅂㄱㅎ를 찍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나츠미는 자기 친구들도 ㅁㅈㅇ이 많고, 언니도 페북 보니까 ㅁㅈㅇ 찍을 거라 생각했다 란다
난 ㅂㄱㅎ가 싫다고 했다
근데 얘가 자꾸 왜??냐고 묻는 거다
그래서 ㅂㄱㅎ가 싫은 이유를 여러 개 댔다 근데 또 왜?냐고 묻는거다
근데 나도 왜 ㅂㄱㅎ가 싫은지 계속 왜냐고 묻는 나츠미에게 설명이 안 되는거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사안에서 감정적이지 않고 차가울 정도로 냉정하다
그래서 나름 머리를 짜내서(?) 논리적으로 답했다고 했는데 또 왜?가 나오길래
너 도대체 주어가 뭐냐!!!라고 물으니
언니는 ㅁㅈㅇ일 줄 알았는데 근데 왜 ㅂㄱㅎ 뽑았냐는 질문이었던 거다 
.....응???????
중간에 내 말을 이해를 잘못해서 생긴 오해였던 거다
(나:우리집은 ㅂㄱㅎ->나는 돌연변이->그래서 ㅁㅈㅇ
나츠미가 이해한 거:나는 돌연변이->우리집은 ㅂㄱㅎ->그래서 ㅂㄱㅎ???) 

근데 나츠미의 이 왜?들이 어쩌면 나도 그냥 마냥 ㅂㄱㅎ니까 무조건 싫어!가 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쓴 게 지난 일기였다
물론 ㅂㄱㅎ는 무조건 싫어해도 될 상대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고, 그녀가 무슨 각오로 어떤 걸 들고 대통령을 뽑아달라고 호소를 하는 것인지
눈여겨 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말그대로 "아호"였다

내 주변인들은 ㅂㄱㅎ를
나는 젊지만 보수주의자니까, ㅁㅈㅇ이 싫어서, ㅁㅈㅇ 주변 사람들인 민주당이 싫어서, 노무현이 싫어서...
등의 이유를 댔다
나는 ㅁㅈㅇ이 왜 싫은지, 민주당은 왜 싫은지, 노무현은 왜 싫었는지, 궁금했다 
ㅁㅈㅇ이 싫다면 ㅂㄱㅎ는 괜찮은가? ㅁㅈㅇ이 싫은 이유는 무엇이고 ㅂㄱㅎ가 괜찮은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이 싫다면 새누리당은 괜찮은가? 지난 5년 내내 욕하던 그 당인데?
노무현은 도대체 얼마나 악인이었길래 왜 죽어서까지 욕 먹는가? 
그리고 한나라당, 새누리당 지지가 보수주의인가?(내가 보기에 새누리당은 보수가 아닌데...?!) 
지키고 싶다면 도대체 아무 것도 없는 20대인 너의 무엇을 지키고 싶길래 보수주의인 것인가?
이 질문들은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던지고 싶은 질문들이다 



여기서 ㅁㅈㅇ은 종북좌빨이라고 대답하는 20대는....
진지하게 관계를 끊어 볼 생각도 있다
그건 그대들이 후보를 선정할 때 고려해야할 조건이 아니야.. 

===
만약 ㅂㄱㅎ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는
비록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아도 위에서 말한 해탈과 관용의 자세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ㅂㄱㅎ라면 역시..... 안 된다
역시 그 사람은 후보 등록 조차도 해서는 안 됐다

이 와중에 ㅇㅊㅅ가 나왔다면-이라는 드립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만약 ㅇㅊㅅ가 그러한 단일화 과정을 거쳐서 단일화 후보로 나왔다면-
내 표는 사표가 되었을 것이다
단일화 과정, 그 이후의 행보, 그리고 선거날 출국.....
미적지근한 그의 태도가 이것이 단일화가 아니고, 그냥 ㅇㅊㅅ의 사퇴였을 뿐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해준다
역시 기업인이라 계산적이다 계산해서 나왔고, 계산해서 그만 뒀다
손해보지 않을 만큼 했고, 동시에 내가 이익을 보지 못 한다면 아무도 이익 못 봐의 무서운 가치관도 보여줬다
ㅇㅊㅅ는 ㅁㅈㅇ지지에 올인하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표를 일시적으로 "분산"시킴(
분산의 비율은 상관 없이)으로써, 다음에 다시 모으기 쉽게 셋팅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못된 사람은 ㅂㄱㅎ를 뽑은 51%의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로 자기 장사한 ㅇㅊㅅ이다



아, 어른들의 ㅇ정희 핑계는 말도 안 되는 거고. 어차피 찍을 사람들은 찍었을거니까.
무슨 ㅇ정희 때문이야... 마음 속엔 그 전부터 ㅂㄱㅎ였으면서.
 
반공정신으로 좌빨한테 욕 하는 것 뿐. 


아무튼 나는-
이해도 인정도 아무 것도 못 하겠다
엠비정부는 그래도 이해는 했다 아직도 인정은 못 하지만...
나라를 갈래갈래 찢어놓은 건 이념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권력욕심이다

자꾸 응원해야지라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다
응원은 51%가 하면 되는 거고, 48%는 잘 하나 못 하나 감시를 해야지 무슨 소리야.
패자는 승자에게 굴복해야한다는 논리인건가? 그건 아니잖아?

역시.. 관용 해탈 따윈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보았다
페북에서 커밍아웃한 여자1호 지지자 페친들은 모두 경희대 학생들이었다
적어도 학연으로 뽑는 시대는 지났나보다



그나저나 2시간 만에 1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다 쓸 수 있을까...?!
미리 써갈까?ㅋㅋㅋ 

Posted by mosa. :